별똥별 떨어질 때 소원 빌면 이뤄진다고 하잖아. 너 그런 거 믿냐?”

글쎄, 그다지 신빙성은 없다고 봐. 실제로 별똥별이 떨어지는 걸 본 적도 없고.”

하긴. 별똥별 보는 것도 하늘의 별따기지.”

 

친구의 말에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별똥별을 보고 소원을 빌면 이루어질지는 해보지 않아서 알 수가 없었다. 애초에 별똥별이 떨어지는 걸 본 적이 있어야지.

 

오늘 별똥별 떨어진다는 얘기가 있던데 한 번 소원 빌어볼까?”

그래?”

아침에 뉴스를 보니까 그러더라고. 오늘 밤 10시에 별똥별 떨어지는 거 볼 수 있대. 구경 갈래? 그래서 이 형님이 별똥별 잘 보이는 명당도 알아 놨다. 9시쯤에 전화할게. 튀어나와.”

 

나는 오케이, 하고 친구와 헤어졌다. 별똥별이 떨어지는 걸 보게 된다면 무슨 소원을 빌까 고민했다. 역시 여자친구가 없으니까 여자친구 생기게 해달라고 빌까? 아니면 돈 많이 생기게 해달라고 빌까? 집에 도착할 때까지 이런 저런 고민을 했다. 집에 도착해서 상쾌하게 샤워도 하고 침대에서 뒹굴 거리면서 고민 끝에 소원 하나를 정하고 9시가 되기만을 기다렸다.

 

“5, 4, 3, 2, 1. !”

 

! 과 동시에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 나와! 전화를 듣고 쏜살같이 달려 나갔다. 늦은 시간에 어딜 가냐며 엄마의 잔소리가 들려왔지만 금방 올게, 하고 소리친 뒤 약속장소로 향했다.

 

어서 와.”

하아- 힘들다. 여기야? 네가 말한 장소가?”

. 아버지가 그러는데 진짜 가까이서 볼 수 있다더라. 그 별똥별 떨어지는 곳하고 제일 가깝대. 실제로 별똥별 떨어진 자리에도 가볼 수 있을 정도로 가깝다 하더라고.”

 

나는 긴가민가했지만 친구의 말을 믿고 기다려보기로 했다. 친구와 수다를 떨며 10시가 되기만을 기다렸다.

 

소원 뭐 빌지 정했냐?”

.”

어떤 소원 빌 건데? 여자 관련? 아님, ?”

정확한 건 비밀인데 둘 중 하나는 맞아.”

나랑 똑같네. 하긴 우리가 생각하는 소원이 뭐가 있겠냐. 여자친구 생기게 해달라는 거 아니면 돈 많이 벌게 해달라는 거지. 크크.”

 

나는 고개를 연신 끄덕이며 맞장구를 쳤다. 웃고 떠들다보니 어느 덧 시간은 10시가 다가오고 있었다. 친구는 잔디밭에 드러누워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나도 친구를 따라 누웠다. 그렇게 하늘을 바라보며 별을 세고 있는데 하얀 빛이 빠른 속도로 떨어지는 게 보였다. ! 나는 벌떡 일어나 그것을 바라보았다.

 

! 소원 빌어!”

 

넋을 놓고 있는 나를 툭툭 친 친구 녀석은 손을 모으고 별똥별을 바라봤다. 나도 급히 손을 모아 별똥별을 바라보며 소원을 빌었다. 별똥별은 빠른 속도로 사라져버렸다. 갔다.

 

, 하마터면 소원 못 빌 뻔했다.”

그러게.”

소원 꼭 이뤄졌으면 좋겠다. 별똥별도 봤겠다. 우리 이제 그만 갈까?”

그래.”

 

뭔가 아쉬웠지만 다음을 기약하며 친구와 헤어져 집으로 향했다. 소원이 진짜 이루어질까? 싶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을 갖고 집으로 가는 길이었다. 한참을 걷고 있는데 누군가가 반대편에서 뛰어오는 게 보였다. 별똥별이 떨어지는 것만큼이나 빠른 속도로 내가 있는 곳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아직 안 끝났잖아! 도망가면 어떻게 해.”

으아, 나 진짜 하기 싫어!!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하냐고!”

, 그럼 어떻게 하냐. 난 죽어도 소개팅 못 나가니까 네가 나가라고! 거기 서!”

아씨, 너 같으면 서겠냐? 소개팅 나가기 싫으면 그냥 안 가면 되지! 왜 나보고 가래!”

? , 너 앞에!”

앞에 뭐!”

 

쏜살같이 달려오던 누군가와 그대로 부딪힌 나는 뒤로 넘어지며 엉덩방아를 찧었다. ! 비명소리를 지르며 바닥에 누워버린 내 위로 상대방이 엎어지며 나와 얼굴을 마주했다. ? 순간 두근두근 심장소리가 귓가에 크게 울렸다. , 예쁘다.

 

으앗, 죄송합니다.”

 

상대방은 금방 내게서 떨어졌다. 나는 상체를 일으켜 상대방을 바라봤다. 다시 한 번 봐도 예쁜 얼굴이었다. 내가 빤히 쳐다보고 있자 나를 마주보고 앉은 사람도 멀뚱히 바라만 보고 있었다.

 

괜찮으세요?”

, .”

, 괜찮아?”

? .”

그러니까 도망가길 왜 도망가. 이제 입술만 칠하면 끝인데. 지금까지 옷도 입고 메이크업도 잘 받아놓고 왜 도망 가냐고.”

친구들끼리 나 붙잡고 못 도망가게 한 게 누군데 그래!”

 

말다툼을 하고 있는 둘을 번갈아 바라봤다. 닮았네. 쌍둥이인가? 넘어진 쪽이 훨씬 예쁘긴 한데. 쓸데없는 생각을 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엉덩이를 툭툭 털었다. 앞에 사람이 있는데도 다투고 있는 것을 보다가 아직도 바닥에 주저앉아 있는 사람에게 손을 뻗었다.

 

일어나요.”

, 고맙습니다.”

 

내 손을 잡고 일어난 상대방은 키가 컸다. 여잔데 이렇게 키가 크나? 하긴, 뭐 농구 선수라던가 모델들은 다 이렇게 키가 크긴 하다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상대방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으니 상대도 나를 계속 쳐다만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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