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 때처럼 집 근처 빵집에서 빵을 사가지고 집으로 돌아와 맛있게 먹고 있었다. 그러던 중, 윤호형에게서 전화가 왔다. 순간 목이 메어 가슴을 탕탕치며 먹고 있던 빵을 겨우 삼키고 전화를 받았다.
"크흠, 여보세요."
- 지금 뭐하고 있어?
"어, 어, 게임하고 있었어."
- 목소리가 왜 그래. 어디 아파?
"아, 아니."
- 그럼, 다행인데. 설마 또 빵 먹고 있었던 건 아니지?
"아니, 안 먹어!"
- 깜짝이야. 안 먹으면 안 먹는 거지, 왜 소리는 지르고 그래?
"내, 내가 뭘."
헐, 뭐야. 어디 CCTV 달려서 보고 있는 거 아니야? 뜨끔해서 주변을 두리번 둘러보았다. 와, 무서워. 형은 내가 빵만 먹고 있으면 뭐라고 하곤 했던 터라 그게 듣기 싫어 형 앞에서는 절대 빵을 먹지 않았었다. 또 그럴까 나도 모르게 소리를 버럭 질러버렸다. 형은 잠시 아무 말이 없다가 흐음, 하고 소리를 냈다. 무슨 얘기를 하려고 그러는 거지?
- 형, 지금 네 집으로 가고 있어.
"어?"
- 거의 다 와가는데.
"뭐? 왜? 갑자기 왜?"
- 애인이 애인 집에 가는 게 뭐?
"아니, 그래도 이렇게 갑자기."
- 왜? 가면 안되는 이유라도 있어? 혹시 집 아니야?
"아니, 집이야."
- 그럼 간다.
형은 간다는 말과 함께 전화를 끊어버렸다. 잠시 멍해졌던 나는 정신을 차리고 벌떡 일어나 식탁에 놓인 빵을 부랴부랴 봉투에 집어넣기 시작했다. 어쩌지. 어디다 숨기지? 우왕좌왕 하던 나는 봉투를 들고 방으로 들어가 옷장 속에 쑤셔넣었다. 혹시나 입에 묻었을까 싶어 거울을 보았지만 다행히 묻지는 않았다. 옷을 털고 부랴부랴 청소기를 돌리고 식탁도 행주로 급하게 닦았다. 완전 초스피드로 끝내고 거실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와 동시에 딩동, 하고 벨이 울렸다. 숨을 헐떡이던 나는 재빨리 숨을 골랐다.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하자.
"후!"
소파에서 일어나 조심스레 현관문을 열자 형이 안으로 들어왔다. 형이 신발을 벗음과 동시에 부스럭하고 소리가 났다. 소리의 근원지를 찾고 순간 놀랐다. 아까 내가 먹고 있었던 빵의 빵집 봉투였다.
"그거 뭐야?"
"이거? 오다가 네 생각이 나서 들렸다가 시식 한 번 해보라고 빵 한 조각을 먹었는데 맛있더라. 그래서 이것저것 사왔지. 먹어보니 우리 창민이가 좋아할만 해."
"아, 아하하."
나는 정말 어색하게 웃었다. 평소라면 빵만 먹으면 그렇게 빵이 좋냐, 그럼 그 빵집 주인이랑 사귀어라, 어쩌고 저쩌고 하던 형이 왠일로 빵을 사왔나 싶어 조금 당황스러웠다. 순간, 옷장에 숨겨놓은 빵이 생각나 절로 시선이 방으로 향했다.
"방에 뭐 있어?"
"어? 뭐가?"
"그냥 방을 보고 있으니까 궁금해서."
"어, 뭐, 그냥 본 거야."
나는 대충 얼버무리며 형이 들고 있던 봉투를 가져가 열어보았다. 어? 이건. 내가 제일 좋아하는 빵이잖아? 봉투 안에는 내가 평소에 자주 먹던 빵들이 하나씩 들어있었다. 빵을 하나씩 꺼내보는데 나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 빵도 있었다.
"어? 그건 내 거."
형은 내 손에 있던 빵을 낚아채갔다. 언제는 빵 먹는다고 뭐라 했으면서 뭔 일이래?
"형, 빵 별로 안 좋아하잖아."
"아까 말했잖아. 오다가 네 생각이 나서 빵 사러갔는데 시식해보라고 준 빵이 맛있어서 이것저것 사온 거라고. 우리 창민이가 좋아하는 빵이라는데 그냥 지나칠 수가 있나."
"언제는 빵 먹는다고 빵집 주인이랑 사귀라면서 뭐라 하더니?"
"그 때는 네가 하도 빵만 먹고 형이랑 이야기도 안 하고 그러니까 그랬지. 빵 먹어보니까 알겠더라고. 말을 할 수가 없을 정도로 맛있어."
형이 웃으며 다시 봉투를 가져가 식탁 위에 올려 빵을 하나씩 꺼내 올려놓았다. 아까 잠깐 봐도 내가 좋아하는 빵이 가득 들어있었던 것 같은데 확실히 많았다. 이거 언제 다 먹지? 옷장에 있는 빵은 어쩌고?
"근데 뭘 이렇게 많이 사왔어. 다 먹지도 못하겠네."
"지난 번에 보니까 다 먹던데 뭘."
"내가? 언제?"
"언제긴 늘이지."
"내가 언제 늘 빵을 다 먹었다고."
그렇게 말해놓고 보니 실제로 빵을 많이 사와도 하루만에 다 먹었던 기억이 떠올라 입을 다물었다. 맞네, 그렇네. 형은 나를 너무 잘 알아. 식탁에 늘어놓은 빵을 보니 옷장에 있는 빵이 또 다시 떠올랐다. 이걸 말을 해야하나 말아야하나.
"왜 할 말 있어?"
"저기, 그게 사실은."
"뭔데? 말해."
"아까 형이 전화했을 때 사실 게임이 아니라 빵 먹고 있었어. 근데 형이 뭐라고 할까봐 거짓말했어. 미안. 근데 진짜 형이 나 빵만 먹으면 뭐라 그러니까. 그래서."
"됐어. 내가 잘못했지, 뭐. 다시는 빵 먹는다고 뭐라고 하지 않을게. 그래서, 빵은 다 먹었어?"
"아니, 더 먹으면 뭐라 할까봐 다 못 먹었어."
"빵은 어디있는데?"
형의 물음에 방을 가리켰다. 형은 방으로 들어가더니 빵 없는데? 하고 소리쳤다. 나는 방으로 들어가 옷장을 열어 봉투를 꺼내었다. 형은 머리를 긁적였다.
"내가 너무 뭐라 했나보다. 미안."
"아니야, 괜찮아."
나는 괜찮다 말하며 다시 방을 나와 식탁에 봉투를 올려놓았다. 그리고 형과 눈이 마주치자 둘이 동시에 웃음이 터저버렸다.
"아무래도 오늘 다 못 먹을 것 같지?"
"그러게."
"우선 네가 사온 빵부터 해결하자. 형도 같이 먹어줄게."
"응."
나는 아까 미처 다 먹지 못한 빵을 꺼내어 먹으며 윤호형을 보았다. 형도 빵 하나를 꺼내어 먹으며 나를 보고 있었다. 그렇게 한참을 말없이 우리는 빵을 먹었다.
"크흠, 여보세요."
- 지금 뭐하고 있어?
"어, 어, 게임하고 있었어."
- 목소리가 왜 그래. 어디 아파?
"아, 아니."
- 그럼, 다행인데. 설마 또 빵 먹고 있었던 건 아니지?
"아니, 안 먹어!"
- 깜짝이야. 안 먹으면 안 먹는 거지, 왜 소리는 지르고 그래?
"내, 내가 뭘."
헐, 뭐야. 어디 CCTV 달려서 보고 있는 거 아니야? 뜨끔해서 주변을 두리번 둘러보았다. 와, 무서워. 형은 내가 빵만 먹고 있으면 뭐라고 하곤 했던 터라 그게 듣기 싫어 형 앞에서는 절대 빵을 먹지 않았었다. 또 그럴까 나도 모르게 소리를 버럭 질러버렸다. 형은 잠시 아무 말이 없다가 흐음, 하고 소리를 냈다. 무슨 얘기를 하려고 그러는 거지?
- 형, 지금 네 집으로 가고 있어.
"어?"
- 거의 다 와가는데.
"뭐? 왜? 갑자기 왜?"
- 애인이 애인 집에 가는 게 뭐?
"아니, 그래도 이렇게 갑자기."
- 왜? 가면 안되는 이유라도 있어? 혹시 집 아니야?
"아니, 집이야."
- 그럼 간다.
형은 간다는 말과 함께 전화를 끊어버렸다. 잠시 멍해졌던 나는 정신을 차리고 벌떡 일어나 식탁에 놓인 빵을 부랴부랴 봉투에 집어넣기 시작했다. 어쩌지. 어디다 숨기지? 우왕좌왕 하던 나는 봉투를 들고 방으로 들어가 옷장 속에 쑤셔넣었다. 혹시나 입에 묻었을까 싶어 거울을 보았지만 다행히 묻지는 않았다. 옷을 털고 부랴부랴 청소기를 돌리고 식탁도 행주로 급하게 닦았다. 완전 초스피드로 끝내고 거실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와 동시에 딩동, 하고 벨이 울렸다. 숨을 헐떡이던 나는 재빨리 숨을 골랐다.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하자.
"후!"
소파에서 일어나 조심스레 현관문을 열자 형이 안으로 들어왔다. 형이 신발을 벗음과 동시에 부스럭하고 소리가 났다. 소리의 근원지를 찾고 순간 놀랐다. 아까 내가 먹고 있었던 빵의 빵집 봉투였다.
"그거 뭐야?"
"이거? 오다가 네 생각이 나서 들렸다가 시식 한 번 해보라고 빵 한 조각을 먹었는데 맛있더라. 그래서 이것저것 사왔지. 먹어보니 우리 창민이가 좋아할만 해."
"아, 아하하."
나는 정말 어색하게 웃었다. 평소라면 빵만 먹으면 그렇게 빵이 좋냐, 그럼 그 빵집 주인이랑 사귀어라, 어쩌고 저쩌고 하던 형이 왠일로 빵을 사왔나 싶어 조금 당황스러웠다. 순간, 옷장에 숨겨놓은 빵이 생각나 절로 시선이 방으로 향했다.
"방에 뭐 있어?"
"어? 뭐가?"
"그냥 방을 보고 있으니까 궁금해서."
"어, 뭐, 그냥 본 거야."
나는 대충 얼버무리며 형이 들고 있던 봉투를 가져가 열어보았다. 어? 이건. 내가 제일 좋아하는 빵이잖아? 봉투 안에는 내가 평소에 자주 먹던 빵들이 하나씩 들어있었다. 빵을 하나씩 꺼내보는데 나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 빵도 있었다.
"어? 그건 내 거."
형은 내 손에 있던 빵을 낚아채갔다. 언제는 빵 먹는다고 뭐라 했으면서 뭔 일이래?
"형, 빵 별로 안 좋아하잖아."
"아까 말했잖아. 오다가 네 생각이 나서 빵 사러갔는데 시식해보라고 준 빵이 맛있어서 이것저것 사온 거라고. 우리 창민이가 좋아하는 빵이라는데 그냥 지나칠 수가 있나."
"언제는 빵 먹는다고 빵집 주인이랑 사귀라면서 뭐라 하더니?"
"그 때는 네가 하도 빵만 먹고 형이랑 이야기도 안 하고 그러니까 그랬지. 빵 먹어보니까 알겠더라고. 말을 할 수가 없을 정도로 맛있어."
형이 웃으며 다시 봉투를 가져가 식탁 위에 올려 빵을 하나씩 꺼내 올려놓았다. 아까 잠깐 봐도 내가 좋아하는 빵이 가득 들어있었던 것 같은데 확실히 많았다. 이거 언제 다 먹지? 옷장에 있는 빵은 어쩌고?
"근데 뭘 이렇게 많이 사왔어. 다 먹지도 못하겠네."
"지난 번에 보니까 다 먹던데 뭘."
"내가? 언제?"
"언제긴 늘이지."
"내가 언제 늘 빵을 다 먹었다고."
그렇게 말해놓고 보니 실제로 빵을 많이 사와도 하루만에 다 먹었던 기억이 떠올라 입을 다물었다. 맞네, 그렇네. 형은 나를 너무 잘 알아. 식탁에 늘어놓은 빵을 보니 옷장에 있는 빵이 또 다시 떠올랐다. 이걸 말을 해야하나 말아야하나.
"왜 할 말 있어?"
"저기, 그게 사실은."
"뭔데? 말해."
"아까 형이 전화했을 때 사실 게임이 아니라 빵 먹고 있었어. 근데 형이 뭐라고 할까봐 거짓말했어. 미안. 근데 진짜 형이 나 빵만 먹으면 뭐라 그러니까. 그래서."
"됐어. 내가 잘못했지, 뭐. 다시는 빵 먹는다고 뭐라고 하지 않을게. 그래서, 빵은 다 먹었어?"
"아니, 더 먹으면 뭐라 할까봐 다 못 먹었어."
"빵은 어디있는데?"
형의 물음에 방을 가리켰다. 형은 방으로 들어가더니 빵 없는데? 하고 소리쳤다. 나는 방으로 들어가 옷장을 열어 봉투를 꺼내었다. 형은 머리를 긁적였다.
"내가 너무 뭐라 했나보다. 미안."
"아니야, 괜찮아."
나는 괜찮다 말하며 다시 방을 나와 식탁에 봉투를 올려놓았다. 그리고 형과 눈이 마주치자 둘이 동시에 웃음이 터저버렸다.
"아무래도 오늘 다 못 먹을 것 같지?"
"그러게."
"우선 네가 사온 빵부터 해결하자. 형도 같이 먹어줄게."
"응."
나는 아까 미처 다 먹지 못한 빵을 꺼내어 먹으며 윤호형을 보았다. 형도 빵 하나를 꺼내어 먹으며 나를 보고 있었다. 그렇게 한참을 말없이 우리는 빵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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